아이들과 주말 나들이를 계획하면서 솔직히 처음엔 "국립박물관이 아이들한테 너무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전시물 앞에 서서 설명 읽고 끝나는 이미지가 강한데, 제가 직접 청주 국립 박물관에 세 아이를 데리고 가보니 그 편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육아와 업무로 지친 와이프에게 주말 하루를 온전히 돌려주고 싶어서 기획한 나들이였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들이 나오기 싫어할 만큼 잘 만들어진 공간이었습니다.

청주 국립 박물관과 우리 아이 체험시설
청주 박물관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장에서 박물관까지 가는 길의 경사도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박물관 관람 환경 측면에서는 국립 시설답게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주차 공간이 넓어서 주차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었고, 시설 전반이 유모차나 카시트를 가진 가족 단위 방문객을 배려한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국립박물관의 어린이 전시 공간은 단순한 놀이 시설이 아니라 교육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박물관을 생애 첫 문화 경험의 장으로 육성하는 정책 방향과도 일치합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청주박물관은 어린이박물관 외에도 일반 전시실, 미디어 전시실, 그리고 영유아 체험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유아 체험실은 만 3세 미만의 영아를 위한 별도 공간으로, 걷기 시작한 영아부터 이용 가능한 오감 자극 위주의 체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 셋째를 위한 공간이었지만 보호자가 저 뿐이라서 누나들과 함께 어린이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방문 때는 와이프와 함께 와서 셋째는 영유아 체험실에서 놀 수 있게 역할을 나눌 생각입니다.
미디어 전시실에서는 4D 영상이 상영되는데, 이용 신장 기준이 130cm 이상입니다. 4D 영상이란 3D 입체 영상에 진동, 바람, 물 분사 등 물리적 감각 자극을 더한 체험형 상영 방식으로, 몰입감이 일반 영상보다 훨씬 높습니다. 솔직히 이 신장 제한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취학 아이 위주로 방문하는 가족이라면 사실상 이용이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준을 조금 낮추거나 보호자 동반 조건으로 완화해준다면 더 많은 가족이 활용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약 방식도 확인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저희는 14시 30분 회차를 예약하고 방문했는데, 당일 현장 방문 시에는 키오스크에서 직접 발권해 입장하면 됩니다. 주말에는 혼잡할 수 있지만, 평일이라면 회차당 120명 정원이 여유롭게 느껴질 만큼 쾌적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직지와 금속활자를 손으로 만지는 제1전시실
국립청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하루 5회차 운영, 회차당 80분, 최대 120명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은 크게 두 개의 전시실로 나뉩니다. 그 중 제1전시실의 주제는 금속과 금속공예입니다. 청주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의 고장이다 보니, 이 공간 전체가 그 맥락 위에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금속활자란 금속을 주조하여 만든 낱낱의 활자를 조합해 인쇄하는 방식으로, 현대의 디지털 폰트 개념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직지심체요절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가 직접 체험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투겁" 만들기였습니다. 투겁이란 금속 유물의 손잡이나 끝부분에 끼우는 덮개 형태의 부속물로, 금속공예에서 세부 마감을 담당하는 요소입니다. 쉽게 말해 오늘날 볼펜 뚜껑처럼 끼우는 역할을 하는 금속 부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종이로 직접 투겁의 구조를 만들어보는 체험이었는데, 색칠하고 끝나는 일반적인 어린이 전시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아이가 직접 색칠하고 모형대로 종이를 접고 풀로 붙여보면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구조 자체를 이해하면서 만드니까 전시 내용에 대한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 체험 시설은 비슷비슷한 구성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주제가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어서, 단순히 "만들어보는 공간"이 아니라 청주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라는 느낌이 확실했습니다.
국립청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제1전시실에서 체험 가능한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 투겁 종이공예 체험 (금속 부속 구조 직접 제작)
- 금속 유물 외형 따라 그리기
- 금속공예 관련 미디어 전시 관람
- 색칠 및 보고 그리기 활동
제1전시실 위주로만 체험을 했는데도 1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이들도 나오면서 너무 아쉬워 했는데요. "우리 다음에 또 오자!"라고 했으니, 그게 이 공간에 대한 가장 정직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청주 박물관 주변 추천 명소
청주 어린이 박물관에서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2전시실은 집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음에 또 오자고 할만큼 매력적인 공간인데 충분히 살펴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음 방문할 때에는 직지로 유명한 금속 관련 1전시실은 빠르게 훑어 보고 2전시실을 공략해야겠습니다. 또한 국립 시설이기 때문에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매우 나들이 하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가까운 아산에서 방문한 청주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거리가 매우 많았습니다. 청주 어린이 박물관을 들러서 질 좋은 체험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청주 랜드를 들르면 하루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주랜드에는 타 지역의 어린이 시설과 비슷한 어린이회관, 새로 리뉴얼된 기후변화체험관, 작게나마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는 청주랜드 놀이동산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다양한 체험을 하기 좋은 동선을 구성할 수 있어서 국립 청주 박물관과 청주랜드를 묶어서 같이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이번 방문에서 제가 확실히 확인한 건 하나입니다. 국립청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청주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실제로 구현하고 있다는 것. 비슷비슷한 어린이 체험 시설에 조금 지쳐 있는 분이라면, 직지와 금속활자라는 명확한 주제 의식이 살아있는 이곳이 분명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kjakfldh/224252478112
https://blog.naver.com/direwolves/224301277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