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가 테마파크를 이길 수 있을까요? 저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충남 공주에서 열린 프린세스 페스티벌을 다녀오고 나서 그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두 딸을 데리고 드레스를 입혀 함께 공주 거리를 함께 걷던 그 순간만큼은, 어떤 테마파크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온도가 있었습니다. 우리 소중한 두 공주들과 함께 공주에서 즐긴 공주 페스티벌은 가족끼리 주말을 보내는데 너무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만 원으로 즐기는 드레스 체험, 가성비냐 아쉬움이냐
공주 프린세스 페스티벌은 충청남도 공주시가 지역 도시 브랜딩의 일환으로 기획한 축제입니다. 공주(公州)라는 지명과 공주(princess)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활용한 것인데, 이처럼 지역명을 활용한 장소 마케팅(place marketing)은 도시의 정체성을 콘텐츠로 전환하는 전략입니다. 여기서 장소 마케팅이란 특정 지역의 이미지나 자원을 활용해 방문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도시 홍보 방식을 의미합니다.
작년에는 계절별로 4회, 올해는 별자리를 주제로 총 3회 운영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참여해 보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비용 구조였습니다. 페이스 페인팅, 드레스 대여, 인생 네 컷 촬영까지 세 가지를 묶은 패키지가 단돈 1만 원이었습니다. 테마파크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려면 드레스 대여 하나에 수만 원이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가격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드레스가 50벌로 한정되어 있어서, 저희도 1회차에 참여하지 못하고 30분을 기다려 2회 차에 겨우 들어갔습니다. 눈앞에서 드레스를 못 입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는 건 꽤 마음이 쓰였습니다. 축제의 수용 인원(capacity)을 고려한 운영 설계, 즉 방문객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를 사전에 파악하고 그에 맞게 부스 규모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번 축제의 체험 구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드레스 대여 + 페이스 페인팅 + 인생네컷 세트 (1만 원)
- 비밀금고 만들기, 레진아트 등 핸즈온(hands-on) 체험 부스
- 프리마켓 운영
- 퍼레이드 및 댄스 공연
지역 축제에서 보기 드문 퍼레이드 완성도
축제에서 퍼레이드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닙니다. 퍼레이드는 축제의 서사(narrative), 즉 행사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주는 연출 장치입니다. 여기서 서사란 단순히 줄지어 걷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퍼레이드 속에 담아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공주 프린세스 페스티벌의 퍼레이드는 '공주를 구한다'는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지역 축제의 퍼레이드는 대부분 형식적인 수레 행렬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축제는 달랐습니다. 지역 시니어 모델이 퍼레이드 구성원으로 직접 참여한 점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구성이 오히려 축제 분위기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퍼레이드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댄스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간 주말 나들이였는데, 공연 사이사이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춤추는 걸 보면서 이런 게 지역 축제의 진짜 힘이구나 싶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지역 축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역 축제 수는 연간 1,100개를 넘어섰지만 재방문 의향이 높은 축제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경쟁력이 없으면 한 번 오고 끝나는 축제가 되기 쉽다는 뜻인데, 프린세스 페스티벌은 그 점에서 차별점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제민천 공간 활용, 아직 풀어야 할 숙제
축제가 열린 제민천은 공주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으로, 지역 재생(urban regeneration) 사업의 거점 공간입니다. 지역 재생이란 낙후된 도심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복합적인 재건 방식을 말합니다. 하천 주변에는 휴게 공간과 운동 시설이 갖춰져 있어 축제 무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돌아다녀보니 공간 활용이 아쉬웠습니다. 제민천 일대에 공주 테마의 포토존(photo zone)을 곳곳에 설치했다면, 드레스를 입은 아이들이 하천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체험 공간도 훨씬 넓게 느껴졌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토존이란 방문객이 기념사진을 찍도록 특별히 연출된 공간을 의미하며, 최근 SNS 확산 효과를 고려하면 축제 홍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 한 가지 동선 문제도 있었습니다. 하츄핑 캐릭터를 활용한 촬영 공간이 체험존과 프리마켓존 사이에 끼어 있어서 이동이 꽤 불편했습니다. 촬영존과 프리마켓존의 위치를 서로 바꾸었다면 전체 동선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별도 주차장이 없다는 점도 처음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역 축제 운영 가이드라인에서도 주차와 접근성은 방문객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프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이러한 단점이 공주 페스티벌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런 한계들이 오히려 개선 가능성으로 보입니다. 예산과 공간의 제약이 분명한 지역 축제에서 이 정도 완성도라면, 운영 경험이 쌓일수록 더 나아질 여지가 충분합니다.
공주 프린세스 페스티벌은 완벽한 축제는 아닙니다. 드레스 수량도 부족하고, 체험 부스도 아직 아쉽고, 주차도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두 딸과 함께 드레스를 입고 제민천을 걸었던 그 경험은 테마파크 어디에서도 살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올해 별자리 테마로 진행되는 나머지 회차에도 관심이 간다면, 드레스 체험은 대기 없이 1회 차 입장을 목표로 서두르시길 권합니다. 1회 차 이용객들의 드레스가 반납되어야 2회 차가 운영되므로 17시에 바로 드레스를 대여한다면 3시간가량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충분히 가볼 가치가 있는 축제입니다.